보통 다육식물이라고 하면 햇빛을 보약이라고 부르며, 물을 적게 주어 키우는 식물을 떠올립니다. 대부분이 그렇고요. 그런데, 하월시아라는 다육 종류는 과한 빛이 오히려 독약이 되는 식물입니다. 그러다 보니 처음 키우시는 분들이 과한 빛을 받은 하월시아가 갈색으로 변하면 죽은 줄 알고 버리시곤 하죠.
오늘 아침, 저희 집 근처에서 버려진 하월시아 유리전을 하나 발견해서 구조(?) 했습니다. 유리전의 정식 명칭은 하월시아 리미폴리아(Haworthia limifolia)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리전이라고 불리고, 노란색 무늬가 있는 종류는 유리전 금이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저렴한 몸값을 하고 있어서 누구나 쉽게 키워볼 수 있는 다육식물 중 하나입니다.
남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유리전은 1900년도 초에 처음 다른 세계에 소개가 되었고, 사람들에게 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하월시아 종류가 그렇지만, 강한 빛보다는 밝은 그늘에서 키우는 것이 좋은데, 원산지에서도 바위틈이나 나무의 아래에서 자라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적은 빛을 잘 활용하는 기술을 배운 종류가 하월시아입니다.
그래서, 자연광이 잘 들어오지 않는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고 싶은 분들에게는 하월시아만큼 좋은 식물이 없습니다.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지 않고, 물도 가끔씩 주면 되니까요. 봄이 되면 꽃을 피우기도 해서 이만큼 키우기 쉽고 관리가 편한 식물이 따로 없습니다.
하월시아는 유리창과 같이 빛을 잘 받아들이는 구조를 가진 종류가 있고, 잎을 두텁게 만들어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종류가 있습니다. 유리창과 같은 구조를 가진 하월시아에는 수, 보초, 옵튜샤, 레튜샤 등이 있고, 잎을 두텁게 만드는 종류로는 오늘 소개할 유리전, 월동자, 지브라 등이 있습니다. 가스테리아나 알로에도 하월시아의 먼 친척뻘인 식물입니다.
하월시아의 특성은 생장이 비교적 느린 편이며, 빛이 적은 곳에서도 적은 빛을 잘 활용하는 식물입니다. 그래서 잎이 창처럼 투명하게 발달되어 있죠. 크기는 작은 편이라 15cm 정도까지만 자라나게 되며, 대부분 꽃대에서 여러 개의 흰 꽃을 피워 올립니다. 하월시아 종류의 꽃은 대부분 비슷하게 생겼죠.
다른 다육식물들은 봄이 오면 야외 걸이대나 옥상 등 빛을 잘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이동시켜 주는 것이 상식입니다만, 하월시아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너무 강한 빛은 오히려 식물을 어둡게 만드니까요. 실제로 빛을 많이 쬐면 반나절만 지나도 갈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제가 오늘 구조해 온 유리전도 아마 실내에서 빛을 너무 많이 받는 곳에 두고 키우신 게 아닐까 생각이 되는데, 녹색이던 잎이 갈색으로 변하니 죽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버리시는 경우가 생깁니다.
갈색으로 변한 하월시아는 다시 그늘로 옮겨두면 천천히 원래 색을 찾습니다. 이렇게 색이 변하는 것은 강한 빛에 죽지 않기 위해 스스로 엽록소를 숨겨버리기 때문입니다. 그 상태가 오래되면 엽록소가 광합성에서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니 죽어가겠죠.
하월시아가 햇빛을 피해 키워야 한다고 해서 아주 어두운 곳에 두고 키워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침이나 저녁 정도에 햇빛이 들어오는 곳이 가장 좋은 위치이고, 사무실이나 실내의 형광등을 종일 켜두는 곳에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낮에도 캄캄한 곳이라면 웃자람과 함께 녹색이 연해질 수 있습니다.
갈색이나 붉은색으로 변하는 경우는 너무 강한 빛에 노출되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나 5월부터 9월까지 한낮의 강한 태양은 반나절만 지나도 색이 변해버리게 만드니 주의해야 합니다.
다육식물이기에 흙은 물 빠짐이 좋은 자갈이나 모래가 많이 섞인 흙에 심어주어야 합니다. 보통 저는 마사토 70%에 상토 30%를 섞어서 다육식물을 심어줍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100% 마사토에만 심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키우시는 분들의 선택입니다. 환기가 매우 잘 되고, 건조한 곳에서 키운다면 100% 마사토에 심고, 물을 조금 더 자주 주는 방식으로 키워도 괜찮습니다.
물은 봄과 여름에는 마사토가 마르면 충분하게 주는 방식으로 주시고, 겨울철에는 잎이 쭈글거리기 시작하면 충분하게 주는 방식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다만, 물을 줄 때 잎 사이사이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데, 물이 고이면 썩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죠. 만약 물이 로제트에 들어갔다면 입으로 바람을 불어 물방울을 털어주시거나 키보드나 카메라 등을 청소할 때 사용하는 바람 부는 도구(이름을 모르겠네요)를 이용하셔도 좋습니다.
하월시아는 20~32℃ 정도의 온도에서 가장 잘 성장을 하는 종류이며, 겨울철에는 10℃ 내외의 온도가 적합합니다. 겨울철에 약간 온도가 내려가야 봄에 꽃을 잘 피워 올립니다. 다만, 5℃ 이하로 내려가면 냉해를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번 겨울, 제가 키우는 하월시아는 0℃까지 내려가는 실내에 두었는데, 잘 버티더군요. 일부러 실험을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만, 실내에서 온도가 그 정도 떨어지는 것은 견딜 수 있습니다. 서리가 내리는 것은 당연히 피해야 하겠죠.
봄부터 여름까지는 하월시아 생육기이기에 비료를 공급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선인장 전용 비료를 주셔도 괜찮고, 보통 많이 사용하는 액상비료를 물에 섞어 주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늦은 가을과 겨울은 휴면기이기에 따로 비료를 주지 마시고, 잎이 쭈글쭈글 변하면 물을 한 번씩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월시아의 번식은 씨앗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발아된 이후에도 조금만 신경을 못쓰면 마르거나 물러 죽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번식은 모체 아래에서 자라나는 자구를 떼어내 옮겨 심는 방식으로 합니다. 이 방식으로 번식을 하면 이미 뿌리가 나온 경우가 많아 대부분 성공하게 됩니다.
하월시아에는 따로 벌레가 끼는 경우가 없지만, 환기가 잘 안 되는 환경에서 키우면 솜깍지벌레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다육식물의 잎장 아래에 박혀서 즙액을 빨아먹어 상처를 만들고 결국 다육식물을 죽게 만들죠. 다육식물의 로제트 부위에 하얗고 노란 무엇인가가 붙어 있다면 솜깍지벌레일 수 있습니다.
야외에서 키우신다면 매머드라는 약재를 이용해 죽일 수 있지만 실내이고 약을 뿌리기 싫으시다면 이쑤시개 등을 이용해 하나하나 잡아주고, 물로 씻어주는 방법이 최선입니다.
진딧물은 다육식물에 잘 생기지는 않지만, 꽃대에 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꽃대에 진딧물이 생겼다면 님오일을 분무기에 풀어서 수시로 뿌려주는 것으로 방제할 수 있으며, 친환경 농약 등도 있으니 이런 것들을 이용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씨앗을 위해 꽃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면 꽃대를 잘라버리세요.
하월시아가 갈색이나 붉은색으로 변하는 것은 너무 강한 빛 때문입니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엽록소를 감추는 것이죠. 이 때는 반그늘로 옮겨주시고, 관리하면 다시 싱그러운 녹색으로 돌아옵니다. 제가 오늘 가져온 하월시아 유리전도 밝은 그늘에 두고 며칠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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